선행 다 했는데 왜 성적이 안 나올까
학부모 (고등, 선행했는데 성적 안 나오는 경우)
선행 다 했는데 왜 고등학교에서 무너질까?
중학교 때 수1, 수2까지 나갔습니다. 학원에서 선행 잘 따라갔고, 중학교 수학은 큰 문제 없이 넘겼습니다. 고등학교 가면 여유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이미 배운 범위인데 왜 못 풀까.
고1 학생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수1, 수2까지 선행을 끝낸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안심하고 계셨습니다. 선행을 다 했으니 고등학교 수학은 복습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고1 첫 중간고사에서 50점대가 나왔습니다. 이미 한 번 배운 범위였습니다.
같이 앉아서 시험지를 봤습니다. 기본 문제는 풀었습니다. 학원에서 반복했던 유형이니까요. 문제는 조금이라도 변형된 문제가 나오면 손을 못 댄다는 거였습니다. 풀이를 보면 공식은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왜 이 공식을 쓰는지, 이 문제에서 뭘 구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채로 대입만 하고 있었습니다.
선행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패턴을 외운 겁니다.
학원에서 수1을 나갈 때, 개념을 이해시킨 게 아니라 문제 유형별로 풀이법을 반복시킨 겁니다. 같은 유형이 나오면 풀립니다. 조금만 바뀌면 안 풀립니다. 이해한 게 아니니까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개념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함수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삼각함수를 배운 겁니다. 인수분해의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외운 겁니다. 기초가 없는 건물에 층만 올린 겁니다.
개념부터 다시 잡자고 했습니다.
고1인데 중학교 과정부터 돌아가자는 말이 쉬운 말은 아닙니다. 부모님도 받아들이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선행까지 다 했는데 왜 되돌아가야 하냐고.
근데 이 상태로 진도를 나가봤자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다음 시험에서도 기본 문제만 맞고 나머지는 틀립니다. 외운 패턴은 점점 늘어나는데, 이해하고 있는 건 하나도 늘지 않습니다. 풀어도 풀어도 실력이 안 느는 겁니다. 안 풀리는 걸 계속 시키니까 아이는 수학을 점점 싫어하게 됩니다. "못하는 과목"이 아니라 "하기 싫은 과목"이 됩니다. 여기까지 가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학생은 안 따랐습니다. 학원 진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선행을 멈추면 뒤처진다고. 이미 한 번 배운 건데 다시 하기 싫다고.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이미 배운 걸 다시 하라는 건 뒤로 가는 것 같으니까요. 근데 배운 게 아닙니다. 외운 겁니다. 외운 건 까먹습니다. 시험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대로 갔습니다. 성적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지금 아이가 선행을 나갔는데 성적이 안 나오고 있다면, 선행을 더 시키는 게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찾는 게 먼저입니다. 구멍을 찾으면 메울 수 있습니다. 지금이 돌아갈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 여유는 사라집니다.
한 번 봐드리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첫 수업은 무료입니다.